For one day 4.5 (After all over)
<보고>
연합으로의 전보
죽은 용의 둥지 소탕
스타포스 일부 회수
연합으로부터의 답신
리프레 귀환
.
.
<기록> 연합 성립 3년.
괴도 팬텀, 크리스탈 가든의 항로 변경을 고지하다
여제, 이를 승인하다
크로스 헌터에 통지하다
메이플력 xxx년, x일. 연합 성립 3년.
" 여어, 오랜만이다 꼬마! "
" 꼬마 아니라니까요? "
에반은 뾰루퉁하게 대답하며 손인사를 하는 남자를 맞이했다. 이제는 어엿하게 한 사람의 몫을 해내는데 아직까지도 어린아이 취급이라니. 아무리 그가 저에 비하면 훨씬 경험이 많고 연상이라지만, 동경하던 아란도 거의 저와 대등하게 대해주는 마당에 이런 태도는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좀더 반박을 하려던 에반이 이 자리에 저와 그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애써 말을 삼켰다. 에이, 요즘 들어 부쩍 놀리는 맛이 줄어들었다니까. 능글맞게 웃으며 에반의 말대꾸를 기다리던 팬텀은 아쉬운 듯 혀를 찼다.
" 장난은 그쯤 하고, 보고서는 받아봤지? "
" 아아, 그래. 대체 어떤 위인이길래 천하의 아란과 에반이 나를 다 부른 건지.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일단 가보자고.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내가 온다거나… 얘기하진 않았지? "
" 당연하지! 에반을 뭘로 보고! "
은근히 눈짓하는 팬텀에 발끈한 건 미르였다. 미르, 진정해. 팬텀 형 성정 알잖아… 어, 지금 내 욕 하는 거? 아 형, 쫌! 두 사람과 한 용의 촌극에 여전사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휴, 그래서 정체를 감추면, 이름은 뭘로 하게요? 소년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그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알프레드.
같은 시각, 크리스탈 가든의 서재를 정리하던 노인은 귀가 간지러운 느낌을 받았다.
메이플력 xxx년, x일. 연합 성립 3년.
"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 "
" 당연히 수상하지. 이 부근에서 멀쩡히 살아갈 정도의 힘을 가진 자가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다고? 말도 안 돼. 연합에서 얼마나 인재 관리에 힘 쓰는지 너도 잘 알잖아. 아까 얼핏 떠봤을 때 보니 소식에 늦는 것도 아냐. 외부와 연락이 닿고 있단 건데… 아무래도 흔적이 없었단 말이야? 마법을 쓰는 것도 아니고. "
예전에 루미너스 골탕 먹이면서 그런 거 감지하는 덴 도가 텄다는 거 아니냐─ 팬텀이 장난스레 말했다.
듣기로는 무뚝뚝하고 속을 보이지 않는 부류라니 사람 좋아보이게 웃고 격식을 차리며 다가가면 수월할 줄 알았는데, 보기보다 사람을 대해본 경험이 있는 자였다. 이 시기를 살아가는 대부분이 관심을 갖는 괴도의 위명을 빌려(물론 본인이지만) 슬쩍 물음을 던져도 걸려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대단한 걸 감춘 것처럼 거짓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말마따나 세상에서 은둔한 무도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팬텀의 감은 경종을 울리고 있는데도.
" 그럼 메르세데스 님을 모시고 오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엘프의 앞에서 거짓말은 통하지 않잖아요. "
" 오히려 그래서 신경전에 둔한 거지. 훔치러 간 창고 주인도 태연하게 속여넘긴 괴도님을 못 믿어? 시그너스의 말이 있기도 했고, 맡겨둬. 잘 들쑤셔볼 테니까. "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팬텀이 자신했다. 영 믿음직스럽지 않았지만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수많은 난관을 헤쳐온 동료를 알기에, 아란은 에반과 시선을 몇 번 교환하곤 맡긴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나저나 그 돌은 뭐였어? 설마 정말 사과의 표시랍시고 가져온 건 아닐 테고. "
" 단도 쪽은 그 의미가 맞아요, 형. 그리고 돌은 그 안에 박힌 원석에 마법을 하나 진으로 새겨놓았던 거예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요. 저번에 루미너스 님… 아니 형이 가르쳐주신 건데, 저 외의 누군가가 그걸 만지면 진이 체내로 흘러들어가도록 했거든요. 간단히 위치를 각인하는 용도라 웬만해선 마법으로 인식이 안 될 거예요. "
" 그러니까 지금 그 자의 위치를 알 수 있다는 뜻? "
" 네. 다만 마법 자체가 일회성이라 한 번 발동시키면 소멸되어버려요. "
" 급할 때나 쓰라는 거군. "
" 아직 저희는 정보가 부족한데 정보원이 사라져버리면 곤란하니까요. "
아까는 남자에게 조사가 지연될 것 같다며 미안한 얼굴로 어리벙벙하게 양해를 구하더니, 지금은 웃는 얼굴로 당사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마법을 걸었다며 덤덤하게 내뱉는다. 이 녀석도 많이 컸다니까. 팬텀은 혀를 찼다.
메이플력 xxx년, x일. 연합 성립 3년.
남자가 오히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순순히 저를 집 안으로 들였기에, 기회를 마다하지 않고, 팬텀은 그를 끌고 온주변을 돌아다녔다. 몸을 움직이면 아무래도 생각이 단순해지니까 정신 사납게 만들면 복잡한 계산 따위 할 여력이 줄어들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단지 팬텀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 남자의 체력과 무뚝뚝함 정도일까. 물론 샌님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종일 끌고다녔는데도 전혀 지쳐보이지 않는 체력이며, 우스갯소리로 던지는 최신 농담이 튕겨져나오는 반응이라니.
저 두꺼운 벽을 허물려면 며칠 가지곤 무리려나. 시그너스에게 금방 돌아간다고 했는데.
그러나 다음 날, 균열이 심한 암벽을 지나다 갑작스레 굴러떨어진 암석으로부터 저를 감싸고 남자는 얕은 부상을 입었다. 사흘 뒤, 수상한 것을 일절 찾지 못한 오두막집 안에서 열이 올라 몸져누운 남자를 괴도는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여지껏 수많은 순간 순간에 그를 먹여살린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남자는 우리에게 위험하지 않다고.
오두막집을 떠나기 직전, 팬텀은 간단한 마법으로 사과를 갈아 그릇에 담아놓았다.
메이플력 xxx년, x일. 연합 성립 3년.
" 의심 많은 네가 그리 말한다면야… "
연합에선 이만 손을 떼는 게 낫겠지, 할 일도 많으니. 납득하면서도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지 아란이 말꼬리를 흐렸다. 혼테일의 알도 그렇고, 아직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남아있을지도 모르는데… 에반이 그녀의 심사를 읽고 말을 덧붙였다.
" ……좀전에, 흥미로운 얘길 들었어. 그 남자, 자신을 크로스 헌터의 일원으로 소개했다는군. 없는 말을 지어내서 이야기할 성격은 아니었고, 그게 사실이라면 아예 그쪽으로 넘기는 건 어떨까 해. "
" 크로스 헌터? 몇몇을 제외하곤 다들 연합으로부터 새 신분을 받아 활동하고 있을 텐데. 에레브에 그들의 신원을 요청하려고? "
아란이 당연한 의문을 제기했다. 얼마간 곰곰히 생각에 잠겨있던 얼굴에 씩 미소가 떠올랐다.
" 그것보다 간단한 방법이 있지. "
─────
* 혼테일의 알은 일단 동굴 안쪽에 내버려둠. 결국엔 에레브로 옮겨지게 되지만 그건 조금 더 나중의 이야기.
* 크로스 헌터는 미스틱 게이트 소멸 이후 대외적 활동이 거의 중단됨. 해체된 건 아님. 헌터들은 일단 연합 소속이다보니 다른 일거리 맡아 파견된 상태. 수장 게렉터는 여전히 에델슈타인 지하에 거점을 두고 있음.
* 영웅즈 중에서 에반이 가장 대하기 어려워하는 건 루미너스. 아직도 형보다는 '님'이 자연스레 나옴.
* 팬텀이 리에게 뭐라고 말했길래 그 무거운 발걸음을 친히 옮겼는진 모두의 상상에…
퇴고같은거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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