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ne day 2.5 (After all over)
<기록> 연합 성립 3년
드래곤 마스터 에반, 영웅 아란과 함께 리프레에 돌아오다
에반과 아란, 용의 숲 너머로 순찰을 떠나다
<보고>
생명의 동굴 도착
동굴 내부에 세워진 결계 발견, 파훼 시도
실패
혼테일의 유산으로 추정되는 알 획득, 소지 불가
동굴 주변을 순찰하는 과정에서 인가 발견
접촉
.
.
메이플력 xxx년, x일. 연합 성립 3년
사람 머리통만한 알은 차가운 동굴 구석 가장 어두운 곳에 잠들어 있었다. 어중간한 돌덩이 둘 사이에 비스듬히 세워진 채, 짚과 마른 낙엽이 알을 덮었다.
" 그땐 분명히 이 알은 없었지? "
드래곤과 하프링 사이의 갈등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혼테일을 섬멸한 날, 연합에서 기대한 것과 달리 사악한 힘이 가득 담겼을 드래곤 하트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누군가 빼돌린 게 아니냐, 진짜 혼테일이 아니었던 게 아니냐 하는 갖은 말이 쏟아졌다. 사체를 낱낱이 조사했지만, 끝까지 힘의 정수는 발견되지 않았더란다.
" 네, 없었지만… 아무래도 그때부터 있던 것 같아요. "
에반의 눈에 동굴 안쪽에 한 겹, 알 주위로 또 한 겹 세워진 결계가 보였다. 바깥쪽 결계가 미미하여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면 알을 감싸는 결계는 작은 대신 견고했다. 혼테일 섬멸 당시 마법에 정통한 이들은 대부분 후방에 있었고, 혼테일과 가장 근접한 최전선에는 아란을 비롯한 무투파가 자리 잡았었다. 거대한 드래곤 프레스를 마주하면서 그 뒤에 숨겨진 미약한 결계를 눈치채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 이건 아마 혼테일 급의 드래곤만이 손댈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타종족의 기운에 대해 반발하네요. 억지로 옮길 수도 있긴 한데 안쪽 결계가 항마의 진도 포함해서 마법을 이용할 수는 없겠고… "
" 그렇다면 내가 들어볼까? 마하보다 무겁진 않을 거 아냐. "
에반의 뒤에서 알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아란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이 알에 닿기 무섭게, 파직, 전류가 튀었다.
" 윽. "
" 괘, 괜찮아요? 으아… 포, 포션이. "
에반이 놀라 허둥지둥 가방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아란은 알 표면을 감쌌던 손바닥을 보았다. 불에 지진 것처럼 새까맣게 변한 손바닥이 화끈한 통증으로 욱씬거렸다. 포션을 손바닥에 붓자 검게 탄 흔적은 사라졌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 이거 아무래도 보통 상처같진 않은데? "
" 그 혼테일의 마법에 의한 상처인걸요. 알에 손을 대려면 마법저항력이 높아야 하나봐요. 아란님 정도 되는 전사가 가진 마법저항력으로도 안 된다면, 음, 연합에 가능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역시 나인스피릿의 후계자에게 맡겨야 할까요? "
" 일단 주변 정리하면서 좀더 살펴보고, 정 안 되면 드래곤의 수장을 데려오도록 하자. "
에반은 일회성 용도로 가지고 있던 흰 손수건에 감각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키는 포션을 적셔 아란의 손바닥에 묶었다. 아란은 천천히 통증이 완화되는 손바닥을 몇 번 오무렸다가 폈다.
" 그건 그렇고 혼테일에게 알이라니. 드래곤에게 알이란 결국 제 자리를 내어줄 후계자를 의미하잖아? "
" 그러게요. 그렇게 많은 마력이 들어간 건 아니어도 이 정도 세밀한 결계를 짜는 덴 꽤 공을 들였을 텐데. 그 혼테일도 자기 알에게는 부모였던 걸까요? "
" 글쎄. 하지만 혼테일이 나인스피릿을 배신하고 리프레에서 평화를 앗아간 존재였다는 건 분명해. 어떤 내막이 있든 사실은 사실이야. 알이 당장에 부화할 것도 아닐 테니 차차 알아보면 되겠지. "
이따금, 보이는 어수룩한 면모는 드래곤 마스터가 아직 어린 소년이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그가 그 시대의 우리와 같은 이름을 짊어지고 있어도, 함께 웃고 떠들던 그 날은 두 번 다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 에반! 아란! 이리 와봐! "
" 미르? "
혼탁한 기운을 되뇌이게 하는 동굴에 들어가기 싫으니 주위를 둘러보고 오겠다며 팔랑팔랑 날아간 미르의 목소리였다. 탈피를 거듭하며 몸이 자라나도 특유의 치기 어린 성향이 베어나오도록 호들갑을 떨었다. 에반을 마주본 아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동굴 밖으로 나갔다.
결계가 세워진 시각의 사각지대, 혼테일과의 전투에서 무너진 동굴 벽과 수정으로 가려진 길이 있었다. 그 끝에는 위치한 작은 오두막집.
" 기척이… 있어. 조심하도록 해. "
" 네……… 저기, 계세요? "
똑똑. 긴장으로 굳은 얼굴로 문을 두드렸다.
메이플력 xxx년, x일. 464번째 기록.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소란한 기척을 보아 혼자는 아니고, 둘 이상. 설마 지난 번의 하프링들인가. 이번에는 한 마디 따끔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 어─… 안녕하세요? "
한순간 겹쳐보이는 얼굴이 홀로그램처럼 흔들렸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이라 역광이 들 리가 없는데도 눈앞의 인영 둘레로 눈부신 빛이 퍼지는 듯한.
그림자는 없었다.
" 실례하지만,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
어쩌면 세상이 뒤바뀌리라 생각했다. 몇 번이나 상상하면서도, 그럴 일은 없으리라 단언했던 스스로가 무색하게도 인연은 그저 그 자리에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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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판매원_아닙니다_영웅입니다.txt
소소하게 가자, 목표는 영웅즈/연합과 은월의 대면까지.